최신교육동향
대학 스스로 플랫폼이 되다2018-09-28, |
---|
첨부파일 |
[출처] 미디어오늘_2018. 9. 23.대학 스스로 플랫폼이 되다
[브랜드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⑤] 호주 멜버른대학교 ‘퍼수트(Pursuit)’ 이모젠 크럼프(Imogen Crump) 편집장을 만나다
호주 명문 멜버른대학교(University of Melbourne)는 대학 스스로 플랫폼이 되었다. 멜버른대가 멀티미디어 웹사이트 ‘퍼수트’(Pursuit)를 런칭한 이후 인류와 관련해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는 6500여 명의 연구자들은 충실한 취재원이자 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논문이나 학술대회에 갇혀 있던 학자들은 동성혼을 둘러싼 종교·법적 논쟁, 호주의 물 관리 정책 등 사회적 이슈와 관련해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런칭한 퍼수트는 지난 3년 동안 약 1500개 콘텐츠를 만들었다. 상승세도 꾸준하다. 지난해 200만을 기록했던 퍼수트 페이지뷰(PV)는 올해 들어 530만대를 기록했다. 독자의 26%는 다시 퍼수트를 찾는다. 퍼수트 콘텐츠를 통한 멜버른대 소속 학자들 인지도 상승은 멜버른대가 대중으로부터 교육·연구기관으로서의 명성을 인정받는 것으로 이어진다. 단지 ‘우리 대학이 최고’라는 노골적인 광고 문구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퍼수트 뉴스룸은 이모젠 크럼프(Imogen Crump) 편집장이 지휘하고 있다. 영국 BBC 기자와 프로듀서, 미국 ABC 라디오 책임프로듀서 경력이 있는 이모젠 편집장은 ‘주류 미디어의 뉴스룸’과 같은 방식으로 편집회의를 진행한다. 대중적 글쓰기가 익숙한 기자 출신 편집자들과 함께 딱딱하고 어려운 학자들의 글이 목적에 맞는 콘텐츠로 만들어지도록 돕는다. 8월30일 멜버른에서 만난 이모젠 크럼프는 인터뷰 도중 창밖을 연신 내다보며 “바깥을 걸어 다니고 있는 이들에게도 퍼수트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퍼수트 콘텐츠가 산업·학업 분야 관련자들 간의 공유에만 머물지 않도록 개별 콘텐츠 맞춤형 소셜 미디어 전략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적인 콘텐츠의 대중화를 위한 퍼수트의 전략은 무엇일까. 멜버른대학교 파크빌 캠퍼스에 위치한 퍼수트는 ‘통합 뉴스룸’ 형태로 운영된다. 소수의 퍼수트 팀원 뿐 아니라 멜버른대학교의 기존 미디어 관련 부서들이 함께 협력하는 형태다. 이모젠 편집장은 “현재 멜버른대의 소셜미디어팀, 미디어·출판팀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주류 미디어 기자들이 퍼수트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콘텐츠를 생산한 학자들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팀과의 협업은 각 콘텐츠와 타깃 독자에 최적화된 전략을 가능하게 했다. 이모젠 편집장은 “모든 기사들은 호주 뿐 아니라 해외 독자들을 위한 소셜 미디어에도 게재된다. 예를 들어 중국 소셜미디어 전문가는 웨이보(Weibo)나 위챗(Wechat)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퍼수트는 페이스북, 링크드인, 트위터, 레딧, 웨이보, 위챗, 스냅챗, 인스타그램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각 콘텐츠 성격에 맞는 맞춤형 전략도 필수다. 하나의 스토리를 기획할 때는 콘텐츠 유통을 위한 소셜미디어 계획을 함께 첨부한다. 주요 독자를 어떻게 설정할지부터 어떤 플랫폼이 가장 적합할지 누구를 ‘태깅’(tagging)할지 등을 논의한다. 이모젠은 “계획을 짜는 과정에 소셜미디어 팀원들도 동참한다”며 “대다수 독자들은 더 이상 홈페이지에 방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류 미디어의 퍼수트 콘텐츠 게재도 적극 권장한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creative commons)를 따르는 퍼수트는 생산한 콘텐츠를 누구나 다시 게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른 매체가 퍼수트를 인용하는 현황을 분석하는 것 또한 소셜미디어 팀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모젠은 “퍼수트 기사가 뉴욕타임스나 BBC, 워싱턴포스트에 게재되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며 “퍼수트 홈페이지에 대한 분석은 주로 구글 애널리틱스를 사용하고 있다. 체계적인 성과 분석 시스템 도입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기획하는 방식은 여느 언론 매체와 다르지 않다. 매일 오전 기획회의에서 그날 생산할 콘텐츠 회의와 장기 기획을 논의한다. 일정표에는 보통 40~50개 콘텐츠에 대한 제작 계획이 담겨 있다. 편집장인 이모젠은 퍼수트의 전체 방향을 제시하며 다양한 멜버른대 학부·부서와 퍼수트 팀의 협업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관장한다. 콘텐츠 생산에는 학자들과, ‘시니어’ 저널리스트, 프로듀서, 편집자 등이 참여하고 있다. 기존에는 텍스트 기사 작성을 위한 기자 출신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나 지난 3년간 제작 시스템이 이어져 온 결과 최근 1년 사이 학자들이 직접 기사를 작성하는 비중이 69% 늘었다. 퍼수트는 교육, 환경, 과학, 정치·사회, 예술, 건강, 비즈니스 등 사실상 언론이 다루는 전 분야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이모젠은 “평상시에는 육아, 과학, 환경 등에 대한 콘텐츠 선호도가 가장 높다. 특히 과학 분야 아이템은 모든 독자들이 좋아한다”며 “사회적 이슈의 경우 정치적인 논쟁이 있을 때 독자 유입률이 높다. 동성혼에 대한 종교·법적 논쟁을 다룬 콘텐츠가 상당히 호응 받았다”고 설명했다. 호주 가뭄과 관련한 물 관리 정책을 다룬 기사가 나간 뒤에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도의 기업에서 학자들에게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 이모젠은 “언론사 뉴스룸은 시간도 자금도 부족해 상세한 정보를 전달하기 힘들다. 한 명의 기자가 여러 분야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며 “퍼수트는 다양한 전문가 풀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주류 미디어가 퍼수트를 찾는 일이 많아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26% 독자는 다시 퍼수트를 찾는다. 퍼수트에 대한 수요는 멜버른대 학자들의 인지도를 올려준다. 멜버른대 연구 역량을 보여줌으로써 학교 명성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 중략 … 최근에는 예술 분야를 접목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호응을 얻었다. 네덜란드 여류화가 라헬 라위스(Rachel Ruysch)의 정물화를 테마로 멜버른의 공동묘지와 죽음을 탐색해나가는 몰입형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바니타스(vanitas)’는 예술과 철학, 지역사회를 잇는 콘텐츠로 호평을 받았다. 멜버른대 예술 강사가 참여한 바니타스는 올해 ‘인터넷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웨비 어워드(The Webby Award)를 수상했다. 교육기관 특성을 살린 팟캐스트 프로그램들도 제작하고 있다. ‘폴리시 숍’(Policy shop)에선 캠브리지, 옥스퍼드 등 세계적인 대학교를 비롯해 각 나라에서 방문한 학자들과 대학 교육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이브스드롭’(Eavesdrop)의 경우 멜버른대의 학자들이 실험실, 갤러리 등 학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연구 관련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채널 관리는 팟캐스트를 전담하는 매니저가 맡고 있다. 이모젠은 퍼수트 콘텐츠가 분야를 막론한 모든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이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과거 대학들은 산업이나 학업과 소통에 집중했다. 지금은 멜버른대 학생, 졸업생 뿐 아니라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도 퍼수트의 철학이 전해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이 기획 취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 통역=장성인 (SungIn Jang, Melbourne Australia) 노지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