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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없앤 ‘미네르바 스쿨’, 구글·아마존 사무실서 배운다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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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일보_2019. 1. 18.

“강의실 없앤 ‘미네르바 스쿨’, 구글·아마존 사무실서 배운다”

[질주하는 세계 – 대학] [7] 교육 틀 바꾼 美 미네르바 스쿨
세계 7개 도시 돌며 인재 양성… 하버드보다 입학 경쟁 더 치열

13세기 지어진 영국 옥스퍼드대는 웅장한 캠퍼스가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있다. 학생들은 수백 년 전 지어진 성채 같은 건물을 오가며 지식을 쌓는다. 이 대학과 연구하고 싶은 기업은 대학으로 찾아와 공동 연구를 한다. 학생들이 사회를 경험할 기회는 졸업 후에나 찾아온다. 지난 수백 년간 세계의 모든 대학이 이런 패턴의 ‘캠퍼스·강의실’ 모델을 따라왔다.

2014년, 대학 개념을 일순간에 뒤엎은 새로운 대학이 나타났다. 학생 29명으로 시작한 ‘미네르바 스쿨’이다. ‘아직 생기지 않은 직업에도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이 대학 목표다.

미네르바 스쿨엔 물리적 캠퍼스가 없다. 미 샌프란시스코에 행정 본부가 있지만, 학생 교육용은 아니다. 학생 강의실도, 연구실도, 도서관도 없다. 대신 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전 세계 도시 속으로 흩어진다. 1학년 샌프란시스코, 2학년 서울·하이데라바드(인도), 3학년 베를린·부에노스아이레스, 4학년 런던·타이베이로 수업 장소를 옮긴다. 이들은 정해진 장소에 앉아 책 읽고 공부하지 않는다.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듣는다. 나머지 시간은 기업과 사회 현장으로 뛰어들어 부딪힌다. 구글·아마존·우버와 공동 프로젝트를 하고, 비영리단체·공공기관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이 모든 것이 이 대학 정규 교육 과정이다.

지난달 수소문 끝에 서울에서 만난 미네르바 학생들도 판교 카카오 본사 사무실에 있었다. 이들은 카카오 직원들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싱가포르 출신인 조슈아 유(23)씨는 “매일매일 세상과 부딪히면서 살아남을 지식을 배운다”고 말했다. 미네르바 학생들에겐 전 세계가 캠퍼스고 강의실이다.

5년 전 이 대학이 문을 열었을 때 성공을 예견한 이는 많지 않았다. 사람들은 “잠시 관심을 끌겠지”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의심을 날려버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작년 신입생 200여 명 모집에 70국 2만3000명이 몰렸다. 합격률 2%. 하버드대(4.6%), MIT(6.7%)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대학이 됐다. 아이비리그 대학을 붙고도 미네르바를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수백 년 틀을 깨는 대학이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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